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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의 스포츠 종목에서 일반적으로는 남자 경기가 여자 경기 보다 박진감이 넘치고 볼거리가 많은 것 같아요. 그 중에 한국에서는 크게 예외적인 스포츠가 있는데, 바로 골프입니다. 세계적인 대표적인 골프 투어인 PGA(Professional Golf Association)와 여자 투어인 LPGA(Ladies PGA)가 있습니다. 


출처 : bogeymag.com



이 투어 중에는 당연하게도(?) 남자 선수들의 플레이인 PGA가 훨씬 더 많은 인기가 있습니다. 약 70~80억원에 가까운 대회 상금의 대회가 1년 시즌 동안 45~47개 열립니다. 1년이 52주니 거의 한달 정도를 제외하고는 매주 열린다고 봐야겠지요. 반면 LPGA는 31~33개 대회가 1년에 열립니다. 


여자 대회가 더 인기 있는 한국 골프


그러나 한국에서 있는 남자 대회인 KPGA와 KLPGA에서는 이런 현상이 역전이 되어 나타납니다. 2016년 기준 33개 대회가 1년에 열리는 반면 KPGA 대회는 12개 대회만이 있어 여자 대회에 비해 약 1/3 가량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에 따라 상금 규모도 작구요. 이런 규모의 차이는 세계적인 대회인 PGA와 LPGA 대회에 출전하고 있는 한국 선수의 수와 성적이 크게 기인을 하고 있는 듯 합니다.


자연스레 마인드골프도 주로 한국 골프 대회 중계를 볼 때 대회 수도 많은 KLPGA를 더 보게 되는데요. 오랫만에 KPGA 대회인 SK 텔레콤 오픈 2라운드를 보게 되었습니다. 중계를 보던 중 재밌는 장면이 보였는데, 이는 허인회가 자신의 캐디백을 직접 메고 라운드를 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투어에서 선수는 일반적으로 캐디 - 클럽 하우스에 소속되어 있는 하우스 캐디나 자신이 고용한 전용 캐디 - 와 같이 라운드를 하고 캐디는 가장 기본적인 캐디백을 메고 다니며 선수에게 다양한 도움을 줍니다.



캐디 없이 라운드 한 허인회


회 당일 기사에 의하면 허인회의 캐디는 늦잠을 자서 대회장에 시간에 맞춰 오지 못하고 허인회는 전화를 걸어 확인하고 오지 말라고 했다고 합니다. 선수 입장에서 보면 아주 기분이 좋지 않고 화가 나는 상황일 듯 합니다. 여러가지 선택이 있었을텐데, 그는 대회 참가 하기로 했고 캐디 없이 직접 가방을 메고 홀로 라운드 하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출처 : KPGA



라운드는 그가 평상시에 하던 것과는 다른 준비가 필요했지요. 가장 큰 것은 캐디백을 직접 메고 다녀야 한다는 것이죠. 선수는 최상의 상태에서 플레이를 해야 하기에 골프백과 같이 무거운 것을 직접 메고 다니는 것은 여러 모로 좋지 않습니다. 마인드골프도 미국에 있을 때 간혹 가방을 직접 메고 라운드를 했던 경험도 있는데요. 



시간이 지날수록 어깨에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가방은 가벼워야 최대한 부담을 적게 할 수 있을테니 가장 무게가 많이 나가는 클럽을 줄이기로 했습니다. 평소 14개 사용 클럽은 6개를 줄인 8개로 결정을 했습니다. 드라이버, 3번 우드, 유틸리티, 5/7/9 아이언, 58도 웨지 하나와 퍼터로 구성을 한 것이죠. 중간에 빈 클럽의 길이는 감각적인 그의 스윙에 맡겨야 했습니다. 클럽 갯수도 중요하겠지만, 18홀 약 4~4시간반 가량 메고 다녀야 하는 클럽 무게로 인해 경기력 저하도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겠지요. 공도 3개로 줄였고 30도까지 오르는 날씨에 많이 필요했을 물도 최소로 줄이고 중간 물을 제공하는 곳을 최대한 이용하려고 했습니다.


이 와중에 허인회는 191야드 파3 8번홀에서 평소 6번 아이언을 할 샷을 클럽이 없어 5번 아이언으로 컨트롤 샷 한 것이 홀인원으로 이어지는 기쁨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전반에 2개 오버를 한 성적을 후반에 무려 7타를 줄이며 대회 당일 데일리 베스트와 더불어 멋진 경기로 마무리 한 것이죠.


창의적인 플레이


그의 플레이와 기사를 보며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골프는 역시 창의적인 플레이가 많이 필요한 운동이라는 것입니다. 평소 14개 클럽을 가지고 다니는 마인드골프도 라운드 당 한번도 사용하지 않는 클럽이 있기는 합니다. 하나 가지고 있는 하이브리드와 LW(Lob Wedge)인데요. 하이브리드는 대부분 3번 우드로 커버를 하고 꼭 필요한 거리와 라이일 때만 사용하다 보니 횟수가 적은 것 같고 LW는 정말 띄워서 공을 세워야 하는 절대적인 순간에만 사용하거나 간혹 턱이 높은 벙커에서 사용하곤 합니다. 어찌 보면 실수를 줄이려는 접근에서의 클럽 선택인 듯 하지요.



평소에도 아이언 선택에서는 고정적인 거리의 고정적인 클럽 보다는 공이 있는 라이, 바람, 트러블 지역의 위치, 핀 위치 그리고 그날의 컨디션 등을 모두 감안한 선택을 합니다. 그래서 어떤 클럽으로 거리 얼마를 치느냐는 질문에는 엉뚱한 대답 같지만, '상황에 따라 다르다' 라고 밖에는 말을 못하는 듯 하네요. 허인회는 이날 선수로 정확하게 치는 샷을 해야 하는 상황에 더더욱 상상력이 필요한 샷을 했어야 했을 것입니다. 게다가 거리와 그린 라이, 주변 환경 정보를 정확히 알려줘야 하는 캐디도 없었으니 더 그랬을 것이구요. 여러분들도 가지고 다니는 클럽 갯수 중에 필드 라운드 중에 사용 안하는 클럽이 많이 있지요?


평소에도 다른 선수들과는 다른 형태의 플레이 방식을 하는 그가 이번 라운드를 통해 많은 화제를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화제들은 대부분 좋은 이야기들로 꾸며져 있고 허인회 선수를 돋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마인드골프도 이번 계기로 허인회 선수를 더 좋아하게 되긴 했구요.


성공한 사람의 과거는 비참 할수록 아름답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하게 됩니다. 과연 허인회의 2라운드 결과가 좋지 않았다면 기사와 각종 평은 조금 달리 나왔을 수도 있다는 것 말이죠. 이런 말이 있지요. '성공한 사람의 과거는 비참 할수록 아름답다'는 것 처럼 결과가 좋은 사람의 과정은 다른 사람들이 보는 시각에서 어려울수록 그 결과가 빛을 더 발하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출처 : craiglotter.co.za



만약, 그의 직접 백을 메고 하는 라운드의 결과가 좋지 않았다면, 한편으로는 왜 주변에서 또는 하우스 캐디라도 고용해서 라운드를 하지 않았나 등의 이야기도 나왔으리라 생각을 해보게 합니다. 왜 무리를 해서 그런 상태로 라운드를 해서 좋지 않은 결과를 야기했느냐 등의 말 말이죠. 어떤 현상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지만, 때로는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도 같은 현상에서 배울 점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다수의 많은 사람들이 하는 결정은 경험적인, 통계적인 측면에서의 도출이기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결과를 얻게 됩니다. 반대로 조금은 튀는 색다른 결정은 그러한 불안정하거나 위험을 다소 감수를 해야 하는 결정이 되기도 하죠.


아마추어에게 골프는 그런 측면에서 무리를 하거나 안정적이지 않은 상태를 만드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모험을 하는 것도 필요한 순간이 있겠지만, 준비가 되지 않는 도전은 무모함으로 돌아오고 각종 벌타와 타수 증가와 연결이 되고 결국 마음이 편치 못한 상태가 될 수 있지요. 이번 허인회 선수의 플레이를 단순한 화제 거리로 볼 수도 있지만, 자신의 골프 측면에서 생각을 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업데이트


원글을 썼던 것은 2라운드 플레이가 끝났던 시점이었데, 3라운드에서 허인회는 2라운드의 후유증인 어깨 통증으로 9홀 라운드 이후 경기를 포기했다고 합니다. 3라운드에서는 하우스 캐디와 같이 했으나 2라운드에서 무리를 했던 것이 좋지 않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네요. 아쉽네요.




항상 배려하는 골프 하세요.

Don't Worry. Just Play MindGolf!